작가란 무엇인가?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가 이야기하는 작가의 세계, 작가로서의 삶
무라카미 하루키
제 일은 사람들과 세계를 관찰하는 것이지 판단 내리는 게 아닙니다.
저는 소위 결론을 내리는 것과는 언제나 거리를 두고 싶어요. 모든 것을 세상의 모든 가능성에 활짝 열어두고 싶거든요.
저는 비평보다는 번역을 좋아한답니다. 번역할 때는 판단을 내리도록 요청받지 않으니까요.
그저 한 줄 한 줄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 제 몸과 마음을 통과해가도록 할 뿐입니다. 비평도 세상에는 필요한 일이겠지만 제가 할 일은 아니에요.
신체적인 강인함이 예술적인 감수성만큼이나 중요하거든요
저는 말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걸 좋아하지요 그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인물인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방향을 향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애쓸 뿐입니다.
이 남자한테서 이런 요소를 그리고 저 여자한테서는 또 다른 요소들을 모읍니다.
하지만 그의 일부분은 언제나 다른 세계에 가 있고 그는 그 세계를 버릴 수가 없어요. 다른 세계는 그의 일부분 다시 말해서 본질적인 부분이거든요.
모든 인간들은 마음속에 아픈 부분이 있지요. 그 부분도 그의 일부입니다. 즉 아픈 부분이 없다면 저는 존재하지 않을 거에요.
다시 말하자면 주인공은 이 두 여성에 의해서 지탱되는 것이랍니다. - 노르웨이의 숲 중에서
잃어버리고 찾아다니고 발견하기. 그러고 나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인 실망이 기다리고 있지요.
Q:그때의 실망은 일종의 성인식으로 봐도 되나요?
맞습니다. 경험 자체가 의미로 충만하지요. 주인공들은 경험하면서 변화하는 거예요. 그게 중요하답니다.
그가 뭘 발견했는지가 아니라, 그가 어떻게 변화했는가 하는 점이요.
저는 일본인에 대해서 쓰려고 합니다. 우리 자신, 우리가 향하는 곳, 우리가 왜 여기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쓰고 싶어요. 그것이 제 주제일 겁니다.
저는 대학 때 커트 보네거트나 리처드 브로티건을 즐겨 읽었어요. 그 작가들은 유머 감각이 있거든요.
그런데도 동시에 그들은 진지한 것에 관해서 쓰지요. 저는 그런 책을 좋아해요.
기억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은 일종의 연료 역할을 하지요. 타오르면서 인간을 따뜻하게 해주거든요
폴오스터
저는 공책을 단어들은 서놓은 저장소라거나, 제 생각과 자기반성을 적어놓는 비밀스런 장소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공책에 무엇을 적어놓았는지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즉 종이에 단어를 적는 행위에도 관심이 있어요.
야구 경기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알려주었고, 만일 하려고만 한다면 실제로 무엇인가 성취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함께 만들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아마도 그것일 겁니다.
다른 사람들과 연대되어 있다는 느낌, 서로에게 했던 농담들, 새로 사귄 친구들 말입니다.
소위 보통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보통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지요.
우리 모두는 강렬한 내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격렬한 열정으로 불타고 있고 여러 가지로 기억할 만한 경험을 겪으며 살고 있다는 것 말이에요.
" 저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일할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훨씬 수수한 종류의 일에 끌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게 저와 다른 종류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기회를 주었습니다.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과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 말이에요.
이 나라에서는 노동계급에 속한 사람들의 지적 수준을 얕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제 경험에 기초해 보면 노동자 대부분은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만큼 똑똑합니다.
단지 그들만큼 야심차지 않은 것뿐이에요.
너무도 많은 시간을 책을 읽으면서 보냈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저보다 훨씬 더 말을 잘하더라고요."
소설은 절대 소진될 수 없는 형식이며 비관론자가 무엇이라고 말하건 간에 소설은 결코 죽을 것 같지 않아요.
어떤 예술도 소설만큼 인간 삶의 근본적인 내면을 그려낼 수 없습니다.
작가가 어떤 걸 알려면 미치는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작가는 독극물을 필요로 합니다. 그의 독극물에 대한 해독제는 종종 책이 됩니다.
레이먼드카버
초고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 윤곽을 잡는 것입니다. 즉, 이야기의 뼈대를 잡아놓는 것이죠.
그러고나서 이어지는 수정 과정에서 나머지 부분을 처리하지요. 원고를 세 번이나 네 번쯤 고치고 난 후에야 진짜 작품의 가닥이 잡힙니다.
Q: 어떤 독자를 생각하시나요?
업다이크는 자신에게 이상적인 독자는 도서관 서가에서 자신의 책을 발견하는 작은 중서부 도시의 어린 소년이라고 하더군요.
작가는 가능한 한 잘 쓰고 나서 좋은 독자를 기다리는 거지요.
전 지금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후회할 여유조차 없어요. 과거에 살았던 삶은 지금은 그냥 과거의 일이고 지나간 걸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지요.
현재에 살아야 합니다. 당시의 삶은 확실히 지나가 버렸고 그 삶은 마치 19세기 소설 속의 누군가에게 일어난 것처럼 멀게 느껴져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업다이크의 <가기에 너무 먼>
존 가드너<소설가가 되는 것에 관하여>
그러니까 명성은 - 아니면 새로 발견한 저에 대한 관심과 흥미라고 해야 할지- 아주 좋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자신감이 필요할 때 자신감을 강화시켜주었지요.
Q:당신의 작품에서 장소가 주는 느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묻는겁니다.
너무 많이 이사를 다녔고 너무 많은 장소에서 살았고 정착을 못하고 떠돌아다녀서 어떤 ‘장소’에 확고하게 뿌리박은 느낌은 더 이상 가질 수가 없답니다.
Q:당신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십니까? 당신의 작품이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모르겠네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 깊은 의미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요.
예술은 오락의 한 형태 아닌가요? 생산자에게나 소비자에게나 그렇지요. 단지 뭔가 다른 형태. 아마도 더 고양된 형태의 오락이지요.
그렇다고 예술에 정신적인 자양분이 없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베토벤 협주곡을 듣거나 반 고흐의 그림 앞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블레이크의 시를 읽는 것은 브리지게임이나 220점짜리 볼링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심오한 체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술은 우리가 예술이라고 정의 내리는 모든 특징들을 갖추고 있지요. 그러나 예술은 또 한편으로는 우월한 형태의 오락입니다.
소설은 뭔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소설은 단지 그것에서 얻는 강렬한 즐거움 때문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뭔가 지속적이고 오래가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 읽는데서 오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지요.
아무리 희미할지라도 계속해서 불타오르는 이런 불꽃을 쏘아 올리는 어떤 것이랍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롬비아 <백년동안의 고독> 1982년 노벨문학상
Q: 당신에게는 어떤 것이 훌륭한 저널리즘 작품인가요?
존 허시가 쓴 <히로시마의 증인들>
내적독백 기법
아라카타카로의 여행에서 제가 깨달은 것은 어린 시절에 일어났던 모든 사건들이 문학적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작가들에게 약간 조언해줄 수 있다면,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글을 쓰라고 말하고 싶군요.
<족장의 가을>에서 지금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어. 왜냐하면 나중에 사실이 될 테니까 라고 독재자가 말했지요
Q: 당신은 종종 권력의 고독함이란 주제를 다루시던데요
권력을 더 많이 갖게 될수록 누가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고 참말을 하는지 알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절대 권력을 갖게 되면 협실과 접촉할 수 없게 되며 그것이야말로 가장 나쁜 고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 들었던 최고의 조언은, " 아직 젊을 때는 영감이 끝없이 솟구치고 있기 때문에 우연에 맡기는 방식으로 일해도 괜찮지만 소설 쓰는 기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영감이 사라지고 이를 보상할 수 있는 기법이 필요하게 되는 훗날에 곤경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
영감의 가장 큰 원인은 인생 자체이며 꿈은 인생이란 격류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영감과 직관을 구별해주실 수 있나요
영감이란 작가가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적절한 주제를 찾았을 때 일어납니다. 이것이 작품을 쓰는 것을 훨씬 쉽게 만들지요.
직관도 역시 소설 쓰기의 근본인데 직관은 과학적 지식이나 어떤 다른 종류의 학문 없이도 실재(인간의 의식에서 독립해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를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어떤 특별한 특질입니다. 직관은 힘들여 싸우지 않으면서 경험하는 방식입니다.
비평가들. 무엇보다도 그들은 작가란 이래야 한다는 이론을 갖고 있지요.
그들은 작가를 그들의 틀에 맞추려들고 만일 작가가 그틀에 맞지 않으면 그 틀에 끼워 맞추려고 하지요.
그들은 스스로 작가와 독자 사이의 중재자라는 임무를 믿고 있다고 주장합니다만 저는 항상 분명하고 정밀한 작가가 되려고 노력했고 비평가를 거치지 않고
독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도록 애를 썼습니다.
제가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쓰는 데 시간을 보내지 않고 비평가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에 대한 글이 쓰여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제 문학 경력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 가지는, 제가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이미 다섯 권의 책을 출판했는데도 인세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오르한 파묵
어릴 때는 시각예술에 대한 열정을 키웠지만 건축학을 공부하러 대학에 들어간 뒤에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16세기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 살인 미스터리 <내 이름은 빨강> 그의 소설에서 핵심적인 주제,
즉 동양과 서양 사이에 낀 나라의 복잡한 정체성, 형제간의 경쟁, 분신의 존재, 미와 독창성의 가치, 문화적 영향의 불안등을 탐구하고 있다.
소설가는 본질적으로 개미처럼 끈기 있고 천천히 장거리를 나아가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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