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직장인 소설의 탄생이라는 부제처럼,
직장인을 위한, 직장인에 의한, 직장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일단, 펴자마자 1시간 반 만에 몰입해서 읽어내려갔다.
그 정도로 문장은 흡입력있었고 소설의 인물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사건을 지켜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입사 반 년차의 신입사원 아오야마 다카시
대기업에 줄줄이 낙방해 간신히 붙은 중견회사의 영업직 업무는 그에게 맞지 않는 옷처럼 버겁게 느껴지는데....
어느날, 전철역에서 그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러다가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과의 재회로 이어지고 우연같은 만남은 그를 운명처럼 바꾸어나간다.
다시 한 번 더 존재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된 어느날,
그는 야마모토의 조언을 떠올리며 오래전 부모님과의 일을 떠올리게 된다.
"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퇴직금을 제대로 받았을까.
결코 돈이 넉넉한 상태는 아니었는데 아버지도 어머니도 불평 한마디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무 말도 없이 대학까지 보내 주고 생활비까지 보태 주었다.
나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서 썼다 "
라고 회고하는 아오야마.
그는 회사의 업무도, 인간관계도, 성장하지 않고 정체되어버리기만 한 조직도, 화만 내는 부장에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자신을 잃어버릴 만큼
그런 그가 엄마와 하는 통화에서, 나는 그만 울컥 눈물이 새어나올 것 같았다.
" 저기....
왜?
만약에.... 만약에 말인데, 내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면 어떡할 거야?
어머나, 뭐 어떠니?
잠깐만, 그렇게 간단히 말하지 마.
아니- 보통은 말리지 않나.
그야 네 인상인걸, 네 생각대로 해도 되잖니
그렇긴 하지만....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어. 아직 젊으니까
그렇게 간단히 찾지는 못해.
정 안 되면 이쪽으로 오면 되지
돌아가면 부담되잖아. 돈도 드는데
무슨 소리니. 지금 너 한 사람이 뭐 그리 부담이라고."
부모라는 존재에게 있어, 성실하게 내 한 몫 사회에서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식의 행복이지 않을까, 엄마와 나눈 통화 속에서 문득 내가 부모님과 상의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날을 떠올렸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온 지금, 나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나의 행복과 존재가 우선이었으니까-
아오야마는 회사를 그만두러 회사에 간다.
그러자 화만 내는 부장은 나직한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만두고 간단히 다음 직장을 구할것 같나.
인생은 그렇게 쉽지 않아."
"간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간단하면 안 되죠.
저는 이 회사를 너무 간단히 골랐어요. 시간이 걸리는게 무서웠고 날 받아 주는 회사라면 어디든 좋았어요
하지만 직장을 그런 마음으로 결정하면 안 되는 것이었어요.
다음에는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거에요. 시간이 걸려도 괜찮아요
사회적 지위 따위 없어도 돼요. 설령 백수로 살더라도 마지막에 내 인생을 후회하지 않을 만한 길을 찾아내겠어요."
라고 이야기하는 아오야마를 보면서 그래, 맞아.
내가 입사 반 년차에 회사를 나온 이유가 바로 그거였어. 라고 지난 날을 복기했다.
그렇게 자신있게 세상은 바꿀 수 없어도 나 하나는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나온 아오야마지만 회사를 그만둔 후
날마다 가중되는 불안감을 견디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생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렇다, 인생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회사에 있을 때나
회사를 나온 후나
그러나, 인생이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으므로-
나도 아오야마처럼,
꿋꿋하게 인생이라는 선로에 '행복'을 그려넣어가볼 작정이다.
인생이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으니까,
살아있어야지. 그리고 행복을 채워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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