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두유리브?
디스이즈더리즌!
1990년생인 내가 한국, (대한민국이라 쓰고 헬조선이라 읽는 이 곳)을 떠올릴 때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신세계가 오버랩 되곤 한다.
1932년에 출간된 이 소설에는 논쟁적인 요소들이 다분하다. 우등계급인 알파부터 베타, 델타, 감마, 열등계급으로 분류되는 입실론까지 계급사회가 철저하게 고착화되어 있는 이 멋진신세계는 지금의 한국을 묘사하기에 전혀 위화감이 없어 보인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각종 미디어를 장식하면서 흙수저와 금수저로 나뉘어진 수저 계급론은 ‘완성된 사회’의 20대를 수식하는 대표어가 되었다. 장강명은 ‘표백’ 이라는 소설에서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에서 이른바 ‘표백 세대’의 등장을 알렸다.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 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다. 이 사회에서 새로 뭔가를 설계하거나 건설할 일없이 이미 만들어진 사회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게 이들의 임무라는 뜻이다.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다”
국가의 교육 역시 현대판 노예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흙수저 계급은 9급 공무원이나 대기업 사원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반면 금수저 계급은 건물주로, 회사사장으로, 대기업 임원으로 흙수저 계급을 지배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표현은 이 세대에는 더 이상 효력 없는 표현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경제성장률은 매년 1자리 숫자를 벗어나지 못하며 IT기업들이 만들어냈던 벤처신화는 이젠 역사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신화’가 되었다. SKY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의 공무원 시험준비 비율은 해마다 늘어가고 있으며 2014년 통계청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평균 37.9명이 자살하고 있는 시대다.
이 소설은 모든 것이 ‘완성된 사회’ 속에 있는 ‘큰 꿈 없는 세대’ 20대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세연은 예쁘고 공부까지 잘하는데다가 어느 것 하나 부족해 보이는 게 없는 인물이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그녀는 삼성전자에도 이미 합격을 한 상태다. 그런 그녀가 돌연 학교에서 발견된다. 싸늘한 주검으로.
그녀는 자살했다.
사람들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자살의 동기가 무엇인지. 세연의 죽음 이후, 시간이 흘러 와이두유리브닷컴을 통해 추의 자살선언문이 공개되고 추와 병권은 잇달아 자살한다. 세연의 자살선언은 표백사회에 대한 저항이었을까? 어느 것도 바꿀 수 없는 ‘완성형 사회’ 속에서 세연이 표백세대앞에 내세운 '자살선언'에 대해 나는 공감과 지지를 보낼 수 없다. 희망이 없다라는 말이 절망과 동일시되어야 하는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에 등장한 와이두유리브닷컴의 회원수는 30만명을 넘어섰다.
지금의 우리 세대가 사회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미미한 역할처럼 보여도 "언젠가는,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는 희망의 세대"가 될 거라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스스로가 '디스이즈더리즌'을 찾는다면 이 세계도 희망을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와이두유리브닷컴은 희망이 없는 세대에 오히려 '살 이유'를 찾게 해주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세연의 자살선언은 내게 '디스이즈더리즌'을 찾고 싶다는 내 안의 욕망을 일깨워주었다.
'작더라도 의미있는 변화'를 위한 한 걸음은
지금, 우리세대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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