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은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낯설고 기괴한 단어. 정의할 수 없는 그런 마음들.
그건 단순히 싫어하는 마음일까, 아니면 엉뚱한 마음일까? 마음을 꼭 정의해야하는가?
라는 반감이 생긴다.
어느날엔가 책을 사려고 서점을 서성인 적이 있었다.
서점이야말로 나처럼 사회성이 완전하지 않은 INTP형 인간에겐 최적의 놀이터니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적당한 고립감과 지적허영속에서 유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
활자속 세계를 한참동안 떠돌고나면 이내 갈증이 생긴다. 그럴때 나는 그림이 많은 잡지 또는 사진책으로 고개를 돌리곤 하는데
한 때는 열렬하게 좋아했던 아이돌이 커버를 장식한 잡지를 보고도 지나친다.
[너를 좋아했지만, 기꺼이 돈을 지불할 정도는 아니거든]
그렇다, 고작 그 정도의 마음 뿐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빛바래지는 과거의 기억들, '아 그때는 그랬었지'라는 한 줄 요약본 같은 담담한 감정 상태
이건 비단 일면식도 없는 남자아이돌에 대한 추상적인 마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나와 한 때는 [아주 많은 것을 공유하던] 과거의 연인들도 이 간단하고/간편한 요약본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특별한 마음이라는 것도 그때에나 특별했지, 지금은 더이상 특별하지도, 소중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이건 싫어하는 마음일까?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음, 그건 또 아닌 것 같아.라고 대답할 것이다.
감정을 꼭 이분법으로 정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물렁한 마음도 있을 것이고
단호한 마음도 있을테지
애매한 사랑도 있을 것이고
기억나지 않는 순간에 대한 기억도 있을것이고
그렇게 정의되지 않는 생각과, 마음들은
내 마음 속 어딘가를 계속해서 헤엄쳐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감정선을 '애매모호한 감정'이라고 정의하기를 그만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