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E는 출근하지 않기로 했다. 오랫만에 책을 읽었다. 시험보러 외국에 다녀온 직후, 한동안 실의에 빠져서 이번 생에 의미있는 일 같은건 1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원래도 '의미'따위랑 거리가 멀긴 했지만) 사람이 극심한 실의에 빠지면 우울증을 동반하는 것도 같다. 17살때 먹었던 정신과치료제가 다시 한 번 필요한 밤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내 그 생각은 기억에서 지우기로 한다. 더이상 무언가에 의존하면서 살아가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때론 남자가, 술이, 정신과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다시 불안한 한국에서의 생활들의 시작선상에 서있으려니 다리가 후들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모든 것을 다시금 놓아버리고 싶었다. 잡코리아에 올라오는 일자리는 무척이나 시시해보이는 것들뿐이었다. 내가 한때 희망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