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신디>
한국에 돌아오겠다고 마음먹은게 그러니까 한참 코로나로 전세계가 패닉에 빠져 있을때였을까..
내가 살던 호주 시드니에서도 4월부터 6월까지는 꼼짝없이 락다운으로 인해 집에만 있어야 했다.
다니던 유치원의 일자리가 하나씩 끊기고 알바로 하고 있던 스시가게에서도 더이상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으며
한달에 1500불씩 나가는 집을 정리하고 쉐어하우스로 이사도 가야했다.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어둡고 척박했지만 그날의 나는 하루 하루 눈 앞에 해결해야할 것들을 해내야만 했다. 개인적인 일들로 슬퍼하고 힘들어할 시간도 없이.
그때의 감정들을 떠올리면, 그렇다.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것도 특권이구나. 라는 것을.
선진국에서의 삶은 겉으로는 반짝이는 금반지처럼 나를 돋보이게 해주던 악세서리였지만
그 안에서의 나는 천천히 죽어만 갔다.
호주 영주권, 이민으로 마음을 굳히고 선택을 번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었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었다.
- 거의 마지막 기억인 전 남편과의 나들이.
웃고 있는건지, 울고있는건지 잘 가늠은 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표정을 한 채로 있는 코알라처럼
내 삶도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나는 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했지만 매일 매일 주어진 일들을 처리했고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도 나는 그렇게 이겨냈다.
돌아보니 소중한 시간이었다.
경제적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풍족했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하나씩 일 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영어가 대담하게 늘었고 나는 삶에 자신감을 조금씩 찾아가기 시작했다.
락다운이 해지되고 부터 유학생 친구들, 외국 직장인들과의 모임도 불나방처럼 쏘다녔다.
그렇지만 순간의 헛헛함만 해소될뿐,
사실 즐겁지만은 않았다.
내가 생각한 외국생활과 정착, 미래에 대해 더이상 그려지지 않을 때즈음
나는 20년 12월 25일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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