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호주로 돌아온 기분은, 아 지겹다. 또 여기네
4주간 한국, 1주일간 태국에서 지내다가 돌아왔지만 나는 사실 아직 다시 일상을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벌써 시간이 한 달이 넘어서 흘러간거지?
조금 뭔가 이상해진 내 남편
혼자가 더 편한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기어코 이 지겨운 이 곳으로 다시 돌아와버렸다.
비자를 내년에 완전히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그럼 또 2021년으로 넘어가는데
소름끼치는게 내가 아빠한테 결혼한다고 말하고 5년간 호주 살아야될걸? 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냥 너무 많이 생각 안하려고 한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저녁을 만들어주고 (이것도 5주만, 집에서 지낼때는 계속 사먹으러만 다녔는데)
이것도 나 역시 기분이 이상했다.
나 혼자만 먹을거면 한국이든 태국이든 사먹거나 시켜먹으면 되거든
캣 그라스가 이만큼 다시 자라났다.
고양이는 내가 낯선지 자꾸 내가 있는 곳으로 오지 않는다.
나는 가족때문에 돌아온건데
뭐야, 서로 데면데면 하고 있다니..
넘넘 싫었지만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 티켓을 받고,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이때까지도-
아아앙아아아아아 왜 이렇게 책임을 많이지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걸까?
나는 서른살일까 아직도 29살일까?
마지막에 가서 기어이 먹은 판타리 푸팟뽕커리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거의 다 했다.
하루에 10시간씩 돌아다니면서, 근데 이때 느낀건
되게 다시 오고 싶어했던 곳인데 아무것도 크게 변한게 없었고
살고싶었던 프롬퐁 지역도 그냥 그랬다. 어떤 환상이나 즐거움도 같이 오지 않았다.
그냥 모든게 그저 그랬다. 한국에서도 태국에서도
나는 그냥 어쩌면 호주에 살고있는 내 모습이 싫어서 다른 곳들을 떠올렸고, 그곳에서의 삶을 꿈꾸었던 것 같다.
막상 그 꿈이 현실이 되었을때는 생각만큼 기쁘지도 즐겁지도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결국엔 다시 호주로 돌아왔다.
사실 호주에 산다고 말하기도 그런데 나는 시드니에서만 살고있으니
시드니가 호주전체라고 말하기고 뭐하고, 그냥 시드니가 싫은건지
아님 뭐가 싫은건지도 이제는 잘모른채로 그냥 살아가야지 생각한다.
우울증은 여전히 지속중이고, 괜찮은척은 할 수 있고 사회생활도 어떻게든 가면을 쓰고 할 수는 있다.
그냥 내 안의 어둠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할때면 어떻게 벗어나는지 모르겠어서 괴롭다.
그러한 정신적은 고통은 쾌락으로도, 아주 많은 돈으로도 해결은 안된다.
물론 돈이 없는건 불편하고 남에게 민폐를 끼치니까 돈은 벌어야겠지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그런것의 문제가 아니고 그냥 아직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은채로 다시 와서
아무일 없다는 듯이 연기하고 살아가는 것을 연기하는게 여간 괴로운게 아니랄까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이런 기분으로도 요리를 하고 일을 가고 결혼생활은 이어질 것이다.
나아지려고 무던히 노력할 생각은 없다.
그냥 일단 제일 먼저 할 일은 정신과상담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다.
죽고 싶다, 죽으면 편할텐데, 이런 모든 성가신 감정으로부터도
책임으로부터도 벗어나고 싶은데
이런 생각들과 싸우는게 귀찮고 피곤하다.
내 생각엔 이게 기분장애가 분명한데 왜 한의원에서 지어온 약도 도움이 되지 않는걸까?
그냥 신경안정제가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운동장 트렉을 미친듯이 뛰고
잠이나 잘까?
그리고 내일이 오면 가기로 한 일을 가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그냥 그렇게 사는 연습을 해보면 좀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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