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와서 지내는 3년동안 내 본업이 싫어서 한인잡 은근슬쩍 꽤 많이 했다. 오지잡을 지원하지 않은 이유로는
최저시급 19.49불을 받는 대신 요구하는게 많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한인잡에서 캐쉬로 17불을 주면 얼추 세금제하고 받는 금액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덜 스트레스받고 일하는게 낫다는 생각에 한인잡도 은근슬쩍 많이 했었다.
그리고 그동안은 돈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다녔으나 이번에 한인잡을 하면서 느낀건데...
그동안 내가 시간당 한인잡 미니멈 시급의 2배씩을 받고 일하다보니 적게 일하고 많이 벌면서 그런 개념이 잠시 사라졌던 거라고...생각이 든다.
더 자세히 쓰고 싶지만, 아직 끝난 일들이 아니기에 더 자세한 에피소드들은 쓰지 못하지만 이번에 벌면서 느낀건데
1. 돈은 중요하다.
2. 한인잡 시급이나, 호주 최저시급 받으면서 일하면 일을 본업에서 하는거에 2배를 해야 얼추 금액이 맞춰진다.
즉, 노동시간이 2배 정확히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일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간당 받는 돈의 금액때문이 아니고
1차적으로는 아는 곳, 정해진 시간대, 안면튼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멘탈이 너무 나가있어서 일 자체가 경멸스러워져서 호주에 살기 싫어진 상황이었기때문에 두배 이상 차이나는 금액임에도 그냥 일을 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건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자꾸 시간당 이거밖에 못받네 이 노동강도 대비?라고 생각하면 피차 피곤해진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곳에 익숙해질 노력을 먼저 할 것 같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단가가 안 맞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여기 트레인 타고 다니는 비용도 완전 비싸기 때문에 돈을 벌러간건 맞는데 어쩐지 수지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게다가 오지잡의 경우에는 풀/파트타임이면 휴가도 쌓여서 안쓰면 결국 보너스형식으로 나중에 돈이 되는데 한인잡은 그런것 자체가 전부
생략이 되어버린다. 더 좋은 대우라기 보다는 노동법에 제시한 당연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되어버렸다.
이걸 하는 동안에는 현재 다시 3000불 가까이 쌓인 (워홀때 받은건 싹 환급해버림) 연금도 더 이상 누적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캐쥬얼로딩 25프로가 더 붙는것도 아니고, 유급휴가가 쌓이지도 않으니 사실 시간당 받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받기 위해 일 하는게 맞는가라는 의문이 계속 남는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이슈를 떠나 사실 언더페이-캐쉬로 지급받으면서 호주정부에
내야할 세금을 '탈세'하는게 되기 때문에 캐쉬잡을 하는 나도 사실은 떳떳한 대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언젠가는 이 굴레를 벗어나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본업으로 가기에는 또 멘탈이 나갈까 두렵다. 그 생각을 하면 꼭 돈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도
한인잡에서 일하면 단가가 맞지 않는 아이러니.
그렇다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영주권 진행 중인 마지막 1년을 시간이나 까먹으면서 보내기에는 또 한심
생각이 다양해진 요즘이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고, 일할 수 있는건 다 약의 도움이었던 한 주였다.
더이상 자살이나 죽음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2시부터 억지로억지로 잠에 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때는 깨어나서 생각을 하는게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이 약을 끊으면 또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우울증 약을 먹는 이유가 바로 그런 감정의 기복, 조울과 우울의 간극을
좁혀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때문이었다.
때로는 남들이 생각하는 맞는 길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내 상황에 맞춰 이상해보이고 불합리해보이는 방법이든 방향이든
내 기준에서는 나아간다는게 진짜 의미있고 용기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울증도 많이 나아져서 나라는 사람 자체가 주변(남편포함)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아서 좋다.
되도록 책은 읽지 않으려고 하고, 심각한 것들, 자기계발이라던가, 열심히 사는 사람의 일상을 더이상 훔쳐보진 않는다.
그냥 나를 인정하고 나 스스로가 할 수 있는것과 할 수 없는것을 분별해내는게 중요한 요즘이다.
왜냐면, 아프면 다 소용없거든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 그 감정이 떠올라서 싫다. 이런 얘기도 글로 그만써야지,
과거의 나쁜기억들을 빼고 그 자리를 오늘의 일상으로 더하는 내가 되면 더할나위없이 만족스러운 하루이다.
약간의 육체적인 노동과 남편과의 영어대화가 요새 일상에 규칙을 가져다주어 고맙다.
내가 남 걱정할 기분과 상태는 아니지만, 그러니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뭔가가 잘 안풀려도 너무 자책하진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시초가 되어서 나중에는 끝도 없이 불안정하고 우울한, 그리고 무기력의 종착지로 나아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냥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 대단한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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